roll004: 런던으로 오세요
내가 많이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몇주에 걸쳐 바톤터치를 하듯 영국에 다녀갔다. 그동안 정말 많은곳을 돌아다니면서 내 구글지도에는 런던에도 은하수가 그려졌는데 소중한 사람들과 별을 늘려가면서 추억을 쌓으니 이제 지도가 일기장같다.
향수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 런던에 와서는 유럽에서 밖에 구할 수 없는 향수들을 모을 수 있어서 좋다. 그중에서도 런던에서 가장 애정 하는 장소는 바로 Perfumer H. 런던에서밖에 살 수 없고 향들도 특별하다. 게다가 향수들의 이름까지 취향저격. 아직까지도 잘 쓰고 있는 나의 여름 향수는 “Rain Wood”인데 (이름부터 설렌다) 머스키 하면서 살짝 달콤한 향도 섞여있어 조그만 향수병에 담아 몇 시간마다 조금씩 뿌리면 뜨거운 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는데 도저히 다 가볼 수가 없어서 다시 오라는 말을 서른 번 넘게 한 것 같다. 이렇게 아쉬움 한가득 안겨서 꼭 다시 돌아오게 해야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해크니(Hackney)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도저히 그 느낌이 사진에 잘 담기지 않는다. 주말에만 여는 마켓들이나 팝업 스토어 등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서 ‘우리 동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계속 가보고 싶은 곳이 새로 생겨서 점점 친구들이 사는 센트럴 지역으로 나갈 일이 없어진다는 게 함정이다.
내가 그동안 살았던 곳들은 구반포, 브로클린, 런던필즈(London Fields)인데, 모두 내가 굉장히 편안해하는 로컬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처음 영국에 왔을 때 6개월간 워털루라는 곳에 살았는데, 주말마다 퍼레이드에 관광객 인파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도망치듯 일찍 계약을 끝내고 이스트런던으로 이사했다. 아직도 워털루 집에서의 출근길을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지만 여름 선선한 오후에 노을을 보며 자전거타고 집에오던 이스트런던을 떠올리며 힐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