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002: 알바니아에서 생일을
생일 기념으로 여행을 가려고 그동안 안 가본 색다른, 너무 돌아다니지 않고 푹 쉴 수 있는 곳을 알아보던 중 알바니아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만나 친해진 A는 뭐든 해보자고 해줘서 너무 아끼는 좋은 친구인데 역시 얼핏 들으면 위험할 것 같은 알바니아에 흔쾌히 같이 가겠다고 답해주었다.
알바니아의 땅은 항상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고 어디에서나 쉽게 푸른 바다로 뛰어들 수 있다. 제일 놀라웠던 건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서 생선요리를 시키면 무조건 달고 맛있다는 것...! 그리스 섬들과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식당들 안에 그리스 음식이 많았다. greek salad도 신선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나는 고트 치즈를 잘 못 먹기 때문에 A에게 (기쁜 마음으로) 모두 양보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돌아가 그 느긋한 오후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모래 덮인 땅을 밟고 서있는 느낌이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멀리 광활한 땅이 펼쳐지는데 마치 화성에 와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알바니아 바다 색깔은 하늘을 그대로 담아내어서 저녁 무렵에 물가에 앉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한한 공간 가운데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큰길에서 들려오는 사람 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아득한 느낌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예상외로 밤의 파티문화가 상당히 대단했는데 노을이 질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있던 레스토랑들이 해가지면 서로 다투며 음악을 틀어댄다. 저스틴 비버의 Despacito를 무한반복으로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즈음 잠에 들었다. 다음에 온다면 조금 더 큰길을 벗어난 곳에 숙소를 잡아야겠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잠깐 바다를 보고 blue eye에 들려봤다. 약 50미터 깊이의 너무 맑아서 푸른색보다 푸른, 에메랄드빛의 물이 올라오는 샘인데 그 안으로 다이빙해 볼 수도 있다. 1 급수라서 마셔도 된다는데 굉장히 더운 날씨에 시원해 보였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패스-
한가하고 나른하게, 썬배드에 누워서 콜라를 마시다 파도소리에 잠이 들고, 일어나서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가 배고프면 밥을 먹는, 최고의 힐링여행을 할 수 있다. 솔직히 조금 위험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굉장히 안전하고 사람들도 친절하다. 다음엔 꼭 차를 빌려서 코스트 라인을 쭉 여행해보고 싶다.
tip: 우리는 알바니아의 Tirana 공항을 이용해서 Sarande까지 가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데 그리스 섬인 Corfu를 통해 배를 타고 이동하면 훨씬 더 여유 있게 여행할 수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