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014: Malta
신혼여행지로 최고라는 지중해 섬 몰타에 친한 친구와 (우정)여행을 떠났다. 몰타는 어딜 가나 쨍한 색깔로 가득 차 있었는데, 바닷가의 물 냄새는 사람을 느긋하게 하는지 - 우리도 천천히 걸어 다니며 햇살을 만끽했다.
짧은 여행인지라 도착 전 꼭 가고 싶은 곳들을 추려내었는데 우리의 첫 목적지는 둘 다 “여긴 무조건 가야 해!”라고 했던 코미노 섬의 블루라군. 광장으로 내려가면 싼 가격에 왕복으로 운영하는 배 티켓을 살 수 있다. 나름 깨끗하지만 꼭 물에 젖어도 되는 슬리퍼와 타월 몇 장을 지참하길…! 또 하나의 주의사항은,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아 놓지 않으면 (우리처럼) 배 밖에서 뜨겁게 구워진다는 것.
코미노 섬으로 가는 도중 몇 번 멈추는 지점들이 있는데 이때 배에 있는 미끄럼틀을 이용하거나, 수영을 잘하는 유럽 사람들은 멋있게 배의 2층에서 다이빙을 해서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수심이 깊지만 너무 맑아서 물고기들과 바다의 밑이 다 보이고 소금 농도가 진해서인지 몸이 저절로 둥둥 뜬다.
코미노 섬에 가면 파인애플 안을 파내어 음료수를 만들어주는 스탠드가 있다. 물에서 놀다가 나와서 먹고, 좀 더워지면 다시 물에 들어가서 놀다가 배가 고파지면 나와서 먹고를 무한 반복하다 보면 조금 으슬으슬해지는데, 해가 질 때 즈음 배를 타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 바닷가에서 따듯한 바람을 맞으며 칵테일을 한잔 시키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몇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전날 무슨 용기로 선크림을 안 바르고 하루 종일 놀았는지, 다음날 온몸이 뜨겁고 아파서 가방도 어깨에 매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 수영은 하루 쉬고 도시를 여행해보기로 했다. 광장에서 버스를 타고 발레타로 이동했는데 유럽 관광지 느낌이 물씬 났고 왕좌의 게임에 나올 것 같은 뽀얀 돌들로 만들어진 곳이 나왔다.
골목 사이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었는데 또 그렇게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보면 신선한 해물을 사용한 맛있는 파스타 집들이 있다. 우리는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노천식당을 골라 앉았다 (계단 위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다). 너무 배가 불러서 다시 사진을 찍으면서 산책을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들이 많다.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고 택시를 타고 숙소 쪽으로 돌아와 다시 해변가의 식당에 가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느긋한 밤을 보냈다.
마지막 날은 우리 숙소 주변에 있는 바닷가로 나갔는데 코미노 섬과는 또 다르게 사람도 정말 없고 평화로워서 체력이 방전될 때까지 물에서 나오지 못했다. 따듯한 물속에서 가만히 수평선을 보고 있으면 찰박찰박 물소리와 커다란 에메랄드 세상 안에 녹아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휴식과 여유, 그리고 푸른 하늘과 푸른 지중해 바다 - 생각하면 아련해지고 따듯해지는 몰타여행